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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공책 (2018) – 치매에 걸린 어머니와 딸, 잊고 있던 사랑을 다시 배우다

by 머니소낙비 2025. 4. 26.

엄마의 공책 (2018) – 치매에 걸린 어머니와 딸, 잊고 있던 사랑을 다시 배우다

“엄마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는데, 나는 그걸 몰랐다.”
영화 《엄마의 공책》은 치매에 걸린 어머니와 바쁘게 살아온 딸이 다시 관계를 회복하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냅니다.
빠르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 속에서 소홀해진 가족 관계, 그 속에서도 변함없이 흐르고 있던 사랑을 발견하는 이 영화는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을 남깁니다.

엄마의 공책

▶ 시작은 병이었지만, 끝은 사랑이었다

영화는 평범한 하루처럼 시작됩니다.
가족을 위해 한평생 살아온 어머니 애순(이주실 분)은 점점 기억을 잃어갑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건망증인 줄 알았지만, 점차 집 안의 모든 일상이 무너져 가고, 결국 치매라는 진단을 받습니다.

바쁜 일상에 쫓기던 딸 혜연(이상희 분)은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잠시 멈춰서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립니다.
어색하고 답답했던 둘 사이의 거리감은 어머니가 남긴 한 권의 공책을 통해 조금씩 좁혀집니다.
그 안에는 잊고 지냈던 소소한 일상, 따뜻한 말,
그리고 말로 다 전하지 못했던 어머니의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 ‘공책’이라는 시간의 창고

《엄마의 공책》에서 ‘공책’은 단순한 소품이 아닙니다.
이 공책은 어머니가 딸을 키우면서 경험한 모든 감정과 일상의 기록입니다.
처음 젖을 떼던 날, 아픈 밤을 함께 지새운 이야기,
작은 성공에 누구보다 기뻐하던 마음까지,
오래된 글씨 하나하나에 담긴 세월의 무게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습니다.

혜연은 이 공책을 읽으며 비로소 깨닫습니다.
자신이 지금까지 무심히 지나쳐온 엄마의 수많은 희생과 사랑이 있었기에 지금의 자신이 있다는 사실을.
공책은 과거로 향하는 타임머신이자,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던 시간들을 치유하는 열쇠가 됩니다.

▶ 치매라는 현실, 그러나 절망만은 아니다

치매는 많은 가족에게 두려운 단어입니다.
기억을 잃어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보는 것은 고통스럽고 막막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단순히 병으로 인한 비극만을 강조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병을 통해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돌아보게 합니다.

어머니는 기억을 잃어가지만, 몸에 밴 사랑의 습관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밥을 지어주려는 손길, 딸을 걱정하는 눈빛, 무심한 듯 툭툭 던지는 말들.
이 모든 것들은 여전히 어머니 안에 살아 있습니다.
기억이 사라져도,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이 영화는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전합니다.

▶ 관계를 다시 배우는 이야기

혜연은 어머니를 돌보며, 비로소 관계를 ‘배우기’ 시작합니다.
어릴 때는 받기만 했던 사랑을, 이제는 주는 사람으로 성장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처음엔 힘들고 어색했지만, 점차 그 돌봄 속에서 더 깊은 애정을 배우게 됩니다.

이 영화는 말합니다.
가족이란 처음부터 완벽한 것이 아니라,
서로 상처를 주기도 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순간도 있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관계를 ‘다듬어 가는 것’이라고.

▶ 담담한 연출, 그러나 깊은 울림

《엄마의 공책》은 감정을 억지로 끌어올리려 하지 않습니다.
잔잔하고 절제된 연출을 통해 오히려 더 큰 공감을 이끌어냅니다.
화려한 장면 없이, 평범한 일상과 자연스러운 대화들만으로도
관객들은 어느새 자신의 가족을 떠올리게 됩니다.

특히 이주실 배우의 연기는 진정성이 느껴집니다.
치매라는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다루지 않으면서도,
어머니라는 존재가 가진 깊은 사랑과 인간적인 모습을 현실적으로 담아냈습니다.

▶ 왜 지금, 이 영화를 다시 봐야 하는가?

가족이라는 단어가 점점 느슨해지는 요즘,
《엄마의 공책》은 잊고 있던 가장 기본적인 가치를 일깨워줍니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 보살핌과 사랑, 그리고 기억 너머의 진심.

특히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많은 이들이 가족과의 시간을 다시 생각하게 된 지금,
이 영화는 더욱 큰 의미를 가집니다.
부모님이 곁에 있는 지금,
말 한 마디 따뜻하게 건네는 것,
함께 밥을 먹는 것,
이 모든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금 돌아보게 만듭니다.

마무리: 당신도 누군가의 공책 속 사랑이다

《엄마의 공책》은 단지 한 가족의 이야기만을 다루는 영화가 아닙니다.
이 영화는 모든 이에게 말합니다.
“당신도 누군가의 공책 속에 사랑으로 기록되어 있다”고.

바쁘고 치열한 삶 속에서, 잊고 있었던 사랑과 온기를 다시 발견하고 싶다면
《엄마의 공책》은 조용하지만 확실한 위로가 되어줄 것입니다.

기억이 사라져도, 사랑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랑은,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