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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2016)초등학생들의 세계를 통해 부모와 아이 간의 감정을 표현

by 머니소낙비 2025. 4. 19.

우리들 초등학생 세계 부모와 아이 감정

아이의 눈을 빌려 어른의 마음을 바라보다

우리 주변의 아이들은 무엇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을까요? 부모의 눈에는 그저 평범하고 무탈한 일상 같지만, 아이들의 세계는 그들만의 고유한 감정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영화 "우리들"은 그런 아이들의 내면을 누구보다도 섬세하고 진실하게 들여다봅니다. 이 영화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소녀 "선"을 중심으로, 또래 친구들과의 관계, 그 안에서 생겨나는 소외와 친밀함, 그리고 말하지 못하는 감정을 조용히 따라갑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아이들만의 세계를 다룬 것이 아니라, 그 세계를 통해 어른들의 관계와 감정, 나아가 가족의 뿌리에 대해 되묻기 때문입니다.

 

관계의 본질은 때로 말보다 표정과 시선, 침묵 속에서 더 분명히 드러납니다. 특히 어린 시절의 관계는 사소해 보여도 생애 전반에 영향을 줄 만큼 뿌리 깊은 흔적을 남깁니다. “우리들”은 바로 그 감정의 결을 놓치지 않고 따라갑니다. 부모와 자녀 간의 관계 역시 이 영화 속에서 매우 중요한 축을 이룹니다. 어른들은 아이의 감정을 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아이의 눈에서 세상을 본 적이 없다면 그 감정은 사실상 닿을 수 없는 거리일지도 모릅니다. 이 영화는 그 간극을 보여주는 동시에, 진심을 나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조용히, 그러나 깊게 들려줍니다.

누구에게나 있었던 그 시절, 말하지 못한 이야기

주인공 선은 학교에서 외로운 존재입니다.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지 못하고, 조용히 교실을 바라보는 아이입니다. 어느 날 전학생 "지아"와 가까워지며 잠시나마 외로움에서 벗어나는 듯 보이지만, 곧 지아가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기 시작하며 선은 다시 혼자가 됩니다. 아이들 사이의 갈등은 대체로 작고 단순해 보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 작은 갈등이 아이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지, 그리고 그 안에 어떤 감정이 숨겨져 있는지를 날카롭고 세밀하게 포착합니다. 선은 지아에게 배신당했다는 감정을 느끼지만, 그것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릅니다. 그녀의 고통은 어른들이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영화는 그 감정 하나하나를 절대 가볍게 넘기지 않습니다.

 

지아 역시 복잡한 감정을 품고 있습니다. 새로운 학교에서 적응하려는 마음, 집안의 문제로 인한 불안함, 그리고 친구 관계에서 오는 압박감까지. 영화는 지아를 단순한 '가해자'로 그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아이 또한 이해받지 못하고 외로운 존재라는 것을, 조용히 보여줍니다. 이처럼 “우리들”은 누구도 일방적인 피해자나 가해자로 만들지 않으며, 모두가 조금씩 아프고, 모두가 나름의 이유로 행동한다는 사실을 존중합니다. 아이들 사이의 세계이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성인의 그것 못지않게 복잡하고 깊습니다.

 

또한 영화는 부모와 아이의 관계도 함께 비춥니다. 선은 엄마와 아빠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언제나 주저합니다. 가족은 가장 가까운 관계지만, 때론 가장 멀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선의 침묵 속에는 이해받고 싶은 간절함이 담겨 있고, 그녀의 표정은 말보다 많은 것을 보여줍니다. 감독은 이런 아이의 모습을 통해, 우리 모두가 한 번쯤은 겪었을 미묘한 감정을 자연스럽게 끄집어냅니다. 또한, 부모 역시 아이의 말에 귀 기울이기보다, 당장의 일상에 집중하며 무심히 아이를 놓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면서, 이 영화는 어른에게도 많은 질문을 던집니다. 부모 자녀 간의 대화가 단절되었을 때 생기는 오해와 고립, 그로 인해 상처받는 아이의 모습은 보는 이에게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영화는 이를 통해 진정한 소통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을 던집니다.

조용하지만 강한 울림, 가족과 관계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영화

"우리들"은 아주 조용한 영화입니다. 특별한 사건이 벌어지지 않고, 격한 감정의 충돌도 없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묵직한 무언가가 가슴에 남습니다. 이 영화는 아이들의 세계를 통해 어른들에게 말을 겁니다. 당신은 아이들의 마음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당신은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진심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당신의 어린 시절은 정말 괜찮았는가.

우리는 때때로, 말하지 않아도 다 알 거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말하지 않으면 결코 전해지지 않는 감정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조용히 알려줍니다. 침묵 속에서도 들리는 외침, 그 섬세한 감정의 결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 안에 남아 있던 어린 시절의 기억과 상처가 떠오르게 됩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선이 보여주는 미묘한 감정은, 하나의 감정이라기보다는 복합적인 상처와 회복의 교차점처럼 느껴집니다.

 

"우리들"은 한 편의 영화라기보다 하나의 경험에 가깝습니다. 마치 오래된 일기장을 조용히 펼쳐 읽는 것처럼, 한 장면 한 장면이 우리 안의 감정을 일깨웁니다.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은 어쩌면, 우리가 놓치고 살아온 진짜 마음의 풍경일지도 모릅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우리는 분명 누군가에게 조금 더 귀를 기울이게 되고, 관계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그것이 이 영화가 전하고자 했던 진짜 메시지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 메시지는, 단지 아이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어른인 우리 모두에게 건네는 묵직한 질문이기도 합니다.